여성신문 기획보도 ‘2022 스토킹 보고서’ 스토킹처벌법 시행 전후 1년간 네이버 지식인 ‘스토킹’ 상담 요청글 1만 118건 분석
남자는 여자친구를 때렸다. 싫다는 여자를 붙잡고 강제로 성관계를 한 적도 있다. 집착도 심했다. 두 사람은 헤어진 후에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았으나, 여자는 결국 남자와 인연을 끊기로 했다.
남자는 친구 전화를 빌려서까지 여자에게 수십 번씩 전화했다. ‘계속 차단하면 찾아간다’고 협박했다. 그러다 정말 여자의 집 앞에 나타났다. ‘죽어버리겠다’, ‘다시 만나달라’며 위협했다. 2021년 6월 2일, 여자는 네이버 지식인에 글을 올렸다. “신고 될까요?”
또 다른 스토킹 사건 이야기다. 가해자는 직장 상사다. 여자는 단지 상사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11살 연상인 남성 상사의 언행이 불편해도 그냥 들어주고 받아줬다.
남자는 점차 선을 넘었다. 여자를 직장인이 아닌 이성으로 대했다. 스킨십도 시도했다. 여자가 질색해도 멈추지 않았다. 늦은 밤에도, 휴일에도 전화와 문자로 ‘뭐해?’, ‘어디 살아?’, ‘쉬는 날 뭐해?’ ‘데리러 갈까?’라고 수없이 물었다. 여자가 ‘사생활을 침해하지 말아달라’고 분명히 밝히자 남자는 돌변했다. 회식 자리에서 여자를 성희롱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사장은 여자에게 참고 조용히 퇴사하라고 했다.
퇴사 몇 달 후, 남자는 다시 스토킹을 시작했다. 번호를 차단했는데도 하루에 몇 번씩 전화했다. 2022년 6월 3일, 여자는 네이버 지식인에 긴 글을 올렸다. “저한테 해코지라도 하려는 걸까요? 이런 제가 너무 예민한 건가요? 너무 불안하고 두렵고 무섭습니다.”
괴롭지만 말하기 어려운 폭력을 겪은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112나 가족, 친구에게 털어놓지 못한 사연들은 어떻게 될까.
누군가는 포털사이트 상담 게시판에 글을 쓴다. 네이버 지식인은 절박한 이들의 단골 상담 창구다. 평균 2.1초마다 새 질문이, 1.2초마다 새 답변이 올라오고, 연간 질문 3000만개, 답변 6000만개가 등록되는 대형 상담 플랫폼이다.
스토킹은 네이버 지식인의 단골 문의 주제 중 하나다. 여성신문 데이터 분석팀은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 10월 21일 전후로 약 1년간(2021년 6월~2022년 6월)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스토킹’ 관련 게시글 1만 118건을 크롤링 분석했다.
유의미한 게시글은 총 1474건. 월평균 약 113건에 달한다. 피·가해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글, 수사·형사소송 등 절차 진행 과정에서 상담을 요청한 글만 추렸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이러한 문의글은 이전보다 약 36%P 증가했다.
39%(568건)는 헤어진 연인이 저지른 스토킹 관련 상담글이었다. 스토킹처벌법에 따른 5가지 스토킹 범죄 행위 유형별로 나눠 보니,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한 사례가 44%(646건)**로 가장 많았다. 이러한 사이버 스토킹 범죄는 다른 유형의 스토킹이나 폭행, 성폭력 등 기타 범죄 행위를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연의 주인공들이 누구인지는 자세히 알기 어렵다. 다만 지식인에서 도움을 요청할 정도라면 주변에 도움을 청할 사람이나 자원이 부족한, 취약한 위치에 놓인 피해자들일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청소년이라고 밝힌 사례는 116건(8%)**이었다. 성인들도 ‘도움받을 곳이 없다’며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지식인 게시글은 일방적인 서술이며, 정확성과 진실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찾은 것은 분명한 위기의 신호들이다. 사각지대에서는 언제나 가장 끔찍한 범죄가 자라난다. 법과 제도가 살피지 못한 이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누군가는 들여다봐야 한다.